바라봄의 바깥을 상상하는 회화
Painting Imagining Beyond the Gaze
글_
박미란 Park Mi-ran
미술 이론, 학고재 기획실장
Art theory, Director at Hakgojae Gallery
아날로그 앰비언트 스프레이
Analogue Ambient Spray
글_
황윤중 Hwang Yoon-jung
자유기고가
Freelance Writer
멀어짐으로, 마침내 비근해지는
Finally Becoming Familiar by Growing Distant
글_
조현아 Hyunah Cho
미술비평, 월간미술 기자
Art critic, Monthly Art editor
구부러진 시공간 : 광학적 환영의 심도와 위상학적 변이
The Bent Spacetime: The Depth of Optical Illusions and Topological Variation
글_
안진국 Lev Ahn
미술비평
Art critic
Flashback: Memory That No Longer Looks Like Anything
글_
추성아 Sungah Serena Choo
독립큐레이터
Independent Curator
“일주일간 밤낮으로 안테나의 언저리에 시선을 두고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하얀 덩어리처럼 보였던 것이 다음에는 마치 색종이 같았고, 그 다음은 얼룩으로 변했다. 그리고 무엇같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_작가노트
사각형의 투박한 알람 시계가 앞에 놓여 있다. 화면이 살짝 어긋나 있는 두 개의 장면은 나란히. 하나의 숏 중에 정지된 한 개의 프레임을 계속 보여주듯이프리즈 프레임(freeze frame)의 방식으로 작은 크기의 화면이 나란히 있다. 이 두 개의 컷 사이에 빠르게 삽입되는 하나의 흑 혹은 백색 장면이 시각적인환영을 불러 일으키듯 불빛이 깜빡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 이미지는 무의식의 지반에 살아남아 있는 안개 자욱한 기억이 현재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조우하여 낯설고, 복잡하며 순간적인 형세의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무언가를 바라본다.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특정한 사물, 인물 혹은 장면이. 동시에 주변이 함께 보이지만 명확하게 들어오지 않는다. 시선의 언저리 너머, 망점 안에 걸리는 장면들은 서로 뒤섞이며 얼룩처럼 변해가고 아무것도 아닌 무엇같이 보이지 않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멍하니 바라보면서나 자신이 무거운 질량을 흡수하는 블랙홀 안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누구도 그 내부에서 탈출할 수 없는 반면, 이 물질들은 반대편의 좌표에 위치한 화이트홀(white hole)의 표면에 쌓이게 되어 경계면 바깥으로 모든 것을 뱉어낸다. 실재하는 대상들에 관한 암묵적인 기억의 찌꺼기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서로의 시간을 뒤집는다. 그리고 다시 뒤집는다.
찰나의 순간들이 있다. 시간이 뒤집히고 모든 시간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찰나의 순간들이 집합되어 있는 진공 상태의 공항. 익명의 개개인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인생의 전면을 서술할 수 없는 분산된 시간들이 이곳에서 존재한다. 헤아릴 수 없는 천문학적인 숫자 놀음에 의해 세워진 메타 자본주의의 초현대적인 산물들¾터미널, 활주로, 거대한 비행기 등¾은 한 개인의 손바닥에 드러나는 얼기설기 교차된 손금과 지문과 대비를 이룬다. 이 작은손바닥에는 우리의 시간에 대한 고민과 꿈에 관한 오독(misreading), 삶의 작은 부분에 대한 타협이 담겨져 있다. 이 나약한 손바닥이 무색하게 땅에 기반을 둔 우리 종의 기원에 대해 하늘을 날겠다고 도전하듯이, 그 이면에는 수백명의 기업 엔지니어들의 합심한 노고 덕분에 비행기는 매번 그러한 도전에 성공한다. 공항이라는 종합 선물세트 앞에서 우리는 묘한 긴장감과 안정감 사이에서 인간성을 느낀다. 우리는 잠시 동안의 흥분은 거추장스러운 것들로부터벗어나 하늘에 있는 몇 시간 동안 구글맵으로 해안과 숲을 조망하듯이 다소 비현실적인 감정들 안에 머문다. 그럼에도, 착륙하는 순간 빙글빙글 돌아가는컨베이어 벨트 표면 위에 놓인 수하물을 찾을 때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후유증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의 존재와 관련된 물질적이고 부담스러운 모든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암묵적으로 긍정이라는 합의에 다다르듯이.
담배 연기를 느슨하게 내뿜는다. 담배 연기 혹은 체온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추운 날들의 끊임없이 뿜어지는 입김. 어떤 형태로든 어디에서든 보이는 희뿌연 연기는 얼굴을 가리고 화면 전면을 가득 메운다. 서른 컷의 플래시백(flashback)¾각각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포착되어 중단과 연장 등으로 해체되는기억 이미지들¾은 시퀀스의 단위인 스틸 컷의 방식으로 한 개인의 사소하고 충동적인 행동이 정지된 화면의 감각으로 극대화된다. 우리의 후각과 시각을건드는 정지된 순차적인 장면들은 클라이맥스를 향한 특별한 충동 속에 있다. 그 순간은 모든 것을 아우르고 단번에 가늠할 수 있는 내러티브의 틈에서‘끝’이라는 자막이 암전된 스크린에 움직임 없이 걸리는 그 순간 바로 직전일 것이다. 이처럼, 실시간의 영화적 정지성이 갖는 환영과 회화적인 순간 사이의간격에는 일주일간 밤낮으로 대상의 언저리에 시선을 두면서 상상에서 시작하여 전유하고 변형되는 현상들에 다가섰던 수많은 장면들이 존재한다. 각각시간의 흐름으로부터 포착되어 중단에 이르기까지 늦춰지는 기억 이미지들은 실체에서 “추출된 견본(specimen)” 처럼 무작위적으로 드러난다.
누락된 기억 이미지들은 각자가 지닌 고유의 시간을 품고 속도를 달리한다. 흩어진 시간들은 망상에 가까운 우주의 어느 구석에 대한 상념들로 이어진다. 이미지 데이터들 사이에서 기억의 뇌리에 축적된 우주복이 담고 있는 시간의 흐름은 기억에 관한 수사적인 태도를 지닌다. 인간의 달 탐사 이전부터 군사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우주복의 발전사는 이전 우주복들을 조금씩 개량한 것이다. 아홉 개의 정방형의 검정 화면에 각각 담긴 아홉 가지의 우주 헬멧의 변화에 관한 막연한 기억들은 무심코 장소에 대한 인간의 믿음과 열망을 발견하게 한다. 빈 것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한정된 장소들의 체계 안에서 유희를 허용해왔던 우리는 더 이상 믿을 것이 없는 장소들이 나타나도 그 장소가 성립되기 위해 공간에 대한 실천을 제시하는 습관이 있다. 다른 어딘가를 향한, 혹은 그로부터의, 무언가를 끊임없이 조망하고 인간이 하나의 시점(viewpoint)이 되려는 욕망은 기억을 통해 우리를 고정된 공간과 시간에 옭아맨다.
사각형의 투박한 알람 시계가 앞에 놓여 있다. 화면이 살짝 어긋나 있는 두 개의 장면은 나란히. 오늘 하루, 무미건조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를 끄고 시야에들어오는 하늘을 관조한다.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왼쪽 손바닥에 새겨진 자잘한 선들과 멍하니 시선을 두게 되는 그물망의 송신탑, 내뿜는 담배 연기와입김의 뒤섞임, 제목조차 알지 못하는 단편 영화 몇 초간의 장면에 대한 망상, 압축된 시간 안에서 팽창하는 감정에 대한 확신과 오해들...화면 밖에 서 있는화자 혹은 우리는 한없이 표류하는 일상에서 직관적으로 관찰한 대상들을 경험 이면의 감각들로 응시하도록 한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이 모호한 감각은사실 모호한 것들이 아니라, 확연함 안에 숨어 있는 은폐된 기억이라는 목적지에 다다르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아가, 불연속적인 시간은 가볍게 발린 물감의 반짝이는 표면처럼 기억의 밀도를 화면 위에 얇게 펴 바르므로 우리는 정지된 일련의 단편적인 순간들을 화면 안에서 끊임없이 오독(misreading)하는 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막연한 하얀 덩어리처럼 보이던 것이 어느새 무엇같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그것들을 의문의 시간들로 고이 남겨둔다.
“I spent a week, day and night, looking at the antenna and its surroundings. First it looked like a white lump, then it seemed to resemble folding paper, and then it transformed into a blot. And finally, it became something so shapeless; it did not look like anything anymore.”
_Artist Note
There are clunky square alarm clocks. The slightly different screens are placed next to each other. Small screens are placed side by side as freeze frames, as if continuously showing a paused frame of a shot. The black or white scenes rapidly inserted between the two cuts make the light flicker as if causing visual illusions. Once, twice, thrice. This image creates unfamiliar, complicated, and momentary scenes through the unexpected encounters between the misty memory surviving on the grounds of unconsciousness and the present.
We gaze at certain things. Particular objects, figures, or scenes within our sight. At the same time, the surroundings are visible, but do not precisely come into sight. There comes moments when scenes that hang beyond the rim of sight merge with each other and turn into stains, and do not look like anything anymore. As if I am falling into a black hole that swallows heavy masses, while blankly observing. Whereas no one can escape from it, the masses accumulate on the surface of the white hole, located on the other side of the coordinate, and gets spit out towards the outside of the boundary. The residues of implied memory about actual subjects pour outside and turn each other’s time. Then reverse again.
There are instant moments. There is a place where time flips over and all times gather together. The airport, in a state of vacuum, where instant moments assemble. Dispersed times that is unable to narrate all of life, full with stories embraced by anonymous individuals exist here. The futuristic products of meta-capitalism, built from incalculatable astronomic number games - terminals, runways, massive aircrafts, etc. - contrasts with the entangled intersections of lines and fingerprints of an individual’s palm. Our misreadings of ideas and dreams about time and compromises toward small parts of life are encompassed in this small palm. As we, living on land, challenge to fly despite of this vulnerable palm, thanks to hundreds of corporate engineers’ collective hard work, an airplane is always successful. We feel humanity between uncanny tension and stability, in front of an airport which is like an assorted gift set. We remain in somewhat unrealistic sentiments like viewing the ocean and forest on Google maps during the few hours of a flight, escaping from cumbrous things. Nonetheless, when retaining luggage on top of the spinning conveyor belt after landing, we suffer from an aftermath that seems unrecoverable. We remember all the materialistic and uncomfortable things related to the existence of ourselves, as if silently reaching a positive agreement.
The cigarette smoke is being puffed loosely. The breath that endlessly become visible on cold days dramatically contrasts with the cigarette smoke or body temperature. The hazy smoke that is visible in any form or from anywhere fills the entire screen. The 30 cuts of flashbacks - images of memory dissolving into pause and extension, captured from the passage of time - as a method of still cute, a unit of sequence. The individual’s minor and impulsive behavior maximizes through the sentiment of a paused screen. The paused consecutive scenes that touch our senses of smell and vision are within a special impulse to reach the climax. This moment would be the brink of the moment when the word ‘end’ motionlessly appears on the screen, in the gap of the narrative, able to embrace and immediately understand everything. The uncountable scenes that approached the state where one observes a subject for a week, start from imagination, then appropriates and modifies, exists in the space between apparition of real time cinematic pause and the malerisch moment. The delayed images of memory, captured from the passage of time and came to a stop seem to be random, like “specimens” of truth.
The omitted images of memory embrace distinctive time and differs in speed. The scattered time continues on into thoughts about an uncertain corner of delusional space. The passage of time of the spacesuit, accumulated in the mind between image datas, are rhetorical towards memory. The development of spacesuits that were studied for military purposes even before the first lunar exploration derives from gradual improvements of previous spacesuits. The vague memories of the transformation of 9 different space helmets in 9 square black screens, unconsciously allow one to discover human’s faith and desire for a space. We have been constructing spaces for hollow things and tolerating amusement within the system of limited spaces. Even when spaces that are no longer believable appear, we have a habit of advocating reason for the space, to establish it anyway. The desire going towards or coming from somewhere, and to endlessly observe something and become a viewpoint, constrains us to fixed time and space through memory.
There are clunky square alarm clocks. The slightly different screens are placed next to each other. Today, any day, one turns off the uneventful alarm, and observes the sky. The tiny lines on the left palm, one habitually stares at, the net-like transmitting towers one cannot resist to observe, the cigarette smoke and breath integrating, delusions about seconds from forgotten short-films, the confidence and misconception towards the expanding emotions within condensed time… the narrator standing outside of the screen (or ourselves) gazes at the subjects, intuitively observed in a infinitely drifting life through the senses from the other side of experience. However, consciously or unconsciously, this obscure senses are in fact not obscure, but perhaps aspires to get to the concealed memory, hidden within certainty. Furthermore, discontinuous time applies a thin layer of memory's density like the shiny surface of lightly applied paint. Therefore, we endlessly encounter instances where a series of paused fragmental moments are misread in screen. As the vague white lump became so shapeless. To a point where it no longer resembled anything, we delicately leave these encounters as the time of uncertain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