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ting Imagining Beyond the Gaze
글_
박미란 Park Mi-ran
미술 이론, 학고재 기획실장
Art theory, Director at Hakgojae Gallery
Finally Becoming Familiar by Growing Distant
글_
조현아 Hyunah Cho
미술비평, 월간미술 기자
Art critic, Monthly Art editor
구부러진 시공간 : 광학적 환영의 심도와 위상학적 변이
The Bent Spacetime: The Depth of Optical Illusions and Topological Variation
글_
안진국 Lev Ahn
미술비평
Art critic
Flashback: Memory That No Longer Looks Like Anything
글_
추성아 Sungah Serena Choo
독립큐레이터
Independent Curator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관장 홍지웅)은 MIMESIS AP의 네 번째 프로젝트인 『MIMESIS AP 4: MINGLE 혼재』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바라보는 자」의 시선에 대면하는 다양한 시공간의 사물과 사람 혹은 풍경을 표현하는 작가 김윤섭, 박석민, 유현경을 소개한다. 이들의 작품은 찰나의 상황과 작가의 시선에 압도된 소재들이 한 화면에 집결된다. 이것들은 전시의 부제인 『MINGLE 혼재』라는 개념과 함께 회화의 여러 방식으로 내포되어 드러난다. 김윤섭의 작업은 디지털의 매끄러운 면과 캔버스의 거칠거칠한 면의 대비를 시작으로 회화의 정통성을 연구하며, 박석민의 작업 세계는 물리적 관념적으로 거대한 것과 사소한 것, 먼 것과 가까운 것이 복합적인 응시로 이어진다. 그리고 유현경의 작품은 붓이 캔버스 위에 닿기 전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보이는 것을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작가의 내면이 충돌하면서 어우러지는 풍경으로 표현된다. 이들의 회화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감정과 시선이 혼재된 시공간이 드러난 화면의 연속으로 볼 수 있다. (MIMESIS AP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며 도발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아티스트를 선정하여 소개하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아티스트 프로젝트이다.)
김윤섭 Kim Yunseob: pandemonium 마계
김윤섭은 미술사에 있어서 회화를 현대 작가들이 어떻게 해석하는지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업에 접근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매체로 영역을 확장해 가는 현대 미술의 반대 지점이 「회화」라고 생각하고, 화가들이 마술사나 환영술사이며, 회화의 가장 원초적인 힘은 「환영성」이라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작가의 이력은 회화-그림-이미지의 연구에 대한 갈망을 부추겼고, 회화를 연구하며 프로젝트성 전시로 작업을 선보여 왔다. 작가는 2016년 전시 「순례자-순교자, 이 세상은 너무 오래돼서 새로운 게 없어요」를 통해 현대의 회화 작가를 순례자로 부르고 그 상징적 인물로 빈센트 반 고흐를 택했다. 작가는 고흐를 회화의 구세주, 순교자 그리고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 죽지 않고 소비되고 있는 존재로서의 의미로 「좀비」라고 생각했고, 그에 대한 재해석을 평면 드로잉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또한 김윤섭은 물감을 가지고 작업하는 당대의 청년 화가들을 포스트-장인으로 명명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동료 작가들과 기획하기도 하였다. 2017년 「사람들은 이런 걸 소설이라고 한단다」는 회화의 환영성에 대한 탐구에서 회화의 형식적인 면을 실험하는 작업으로 옮겨 간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전시장의 각 방에 들어갈 때마다 단편 소설이 펼쳐지듯 전시를 구성하고 각 작가들의 제목을 소설집 형식으로 풀어내었다. 이것은 회화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언어와 미술 그리고 그들 삶의 이미지들이 소설처럼 보이기를 바라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해법이다. 같은 해 열린 「ARTISTS OF TOMORROW」 역시 이미지를 기반으로 인간이 이미지에 대해 인식하는 방법과 그에 대응하는 회화의 방법들에 관한 것이다. 그림은 사물 즉, 물건-천이 되고 다시 사물과 놓이고 다시 곧바로 이미지로서 전시된다는 의미다. 이후 작가는 2020년까지 14회의 개인전을 하며, 지난 자신의 작업을 되돌아보며 끊임없이 회화를 탐구하는 자신만의 태도를 지속한다. 이는 첫 개인전이었던 「마계, 근방위」에서부터 최근 프로젝트인 「근방역_오늘의 현대미술」까지로 이어진다. 이러한 작업들은 선과 면의 차이, 드로잉과 회화의 권위 차이를 연구해 온 것이다. 그리고 이 실험들은 그러한 차이를 충돌시키고 받아들여 새로운 세계관을 전개하는 그의 작가적 시도로 이해하게 된다.
박석민 Park Seokmin: TEMPORARY ORBIT 모형궤도
박석민의 작품은 디테일이 살아 있는 물체와 사람 그리고 공간으로 보이기도 하고, 모든 것이 혼합된 추상적인 화면으로도 보인다. 이번 전시는 공개되지 않은 작품을 포함하여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그의 작품 전반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평면성이 두드러지는 그의 작품들에서 공간감과 시간성이 「왜」 동시에 느껴지는지, 캔버스 위에 그려진 것들이 「어떻게」 섞여 보이는지에 대해서 한번 짚고 넘어갈 기회가 될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세계의 조건이며 잔여물인 시간, 공간, 언어, 분위기가 한데로 얽혀 있으며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체적이지만, 부분적이고, 하나의 세계이지만 개인 공간이다. 박석민의 작품은 미세한 정서적 동요가 발생하여, 어떤 상황을 마주하고 정확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당시의 상태 혹은 상황을 표현한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머나먼 시각에서 작가가 맞닥뜨린 그 상황을 통째로 관찰한다는 가정하에서의 시각도 동시에 표현한다. 여기서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건 본인만의 응시로 잡아낸, 공유할 수 없는 고립된 감각과 그 감각을 느꼈던 세상과의 접점에서 생성된 관계성이기도 하다. 박석민은 2013년부터 2020년 초반까지 「모형궤도」 시리즈를 진행해 왔다. 이 「모형궤도」는 임시적, 가변적, 찰나적과 같은 형용사로 떠올린 「모형」과 궤적, 반복, 흔적의 의미로 따온 「궤도」라는 단어를 합쳐 만들었다. 작가는 10여 년간의 작업 기간 동안 이에 대한 접근 방식도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리했다. 초창기에 그는 우주 공간의 일부로서 일상 공간을 그렸고, 2016~2017년 무렵에는 정치적 상황들에서 개개인의 목소리와 행동들이 만들어 가는 분위기를 암시적으로 그림에 담고자 했다. 2018년 이후에는 「현재」라는 시공간에 대한 의심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조형 실험을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총체적으로 불완전한 자극의 완전한 형태를 알아내는 탐구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박석민은 감각과 언어적 사고라는 두 개념 사이의 불분명한 경계를 개별 현상인 회화적 화면으로 구현했을 때, 전혀 다른 시공간이 발생하기를 계속하여 실험하고 있다.
유현경 YOU Hyeonkyeong: Fine 좋아
유현경의 작품은 붓이 캔버스 위에 닿기 전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보이는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자신의 내면이 충돌하며 어우러지는 풍경으로 표현된다. 작품 「자금성, 2019」는 크기가 세로 312센티미터, 가로 476센티미터에 달한다. 그 커다란 작품 안에 커다란 붓 자국으로 자금성의 형태가 아닌 인상이 그려졌다. 이에 대해 작가는 「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밝고 뜨겁고 화려한 불이 눈앞에서 활활 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보는 데 정신이 팔려 복잡한 생각들을 잠시 망각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자금성을 여행했던 좋은 기억으로,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본 기억과 훈훈했던 바람을 떠올리며 그렸고, 같은 제목의 다른 두 그림은 설악에서 작업하고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으로 겨우내 본 불의 기억이 더해져 그렸다고 한다. 자금성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그만의 감각을 더해 작품을 그린 것이다. 풍경이라기보다는 유현경 바로 「그 자신」이다. 이번 출품작들은 대부분 설악에서 머물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2019년 6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작가는 설악에서 생활 공간과 작업실을 함께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녹지」 속으로 스며들었다. 표현주의나 추상표현주의로 평가되기도 하는 그의 작업은 강렬한 원색과 거친 붓 터치가 돋보이는 인물화가 대표적이다. 설악에 들어가기 전 열린 전시에서는 이런 인물화 작업들이 대거 선보였으며, 타이틀은 「기분이 좋지 않아」였다. 서울, 파주, 뉴욕, 런던, 스위스, 아르헨티나, 독일 등지를 오가며 작업하는 유현경은 이번 전시에서 「어린 시절은 축복입니다」, 「들판에 서서」, 「자금성 1,2,3」, 「이게 사랑이야」, 「적막」, 「몸을 가져 슬픈 사람」, 「좋아」와 같은 미발표된 신작들을 공개한다. 또한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좋아」이며, 인물이 주가 아닌 풍경으로 보이는 작품들이다. 유현경은 주로 인물을 직접 보고 그리는 방식을 택하는데, 설악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지난 시간들을 정리하고 추억하며 작업하였다.